호치민 지하철이 개통된 지가 두어 달은 된 것 같다.
'지하철이 개통된다 개통된다' 한 지가 13~15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완성이 된 것이 어딘가 싶다.
베트남에서 보통 '지하철'이라든지 '고속도로'라든지, 기타 대형 인프라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면 기본 10~15년은 봐야 하는 것 같다.
규제 허가나 토지보상 문제가 얽힌 경우나 그 사이사이 기본적인 행정 처리 자체가 느리거나 내부 동의 절차가 복잡한 경우가 전체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대부분의 이유에 해당되는데, 이에 따라 민간 기업에 중도금 지불이 늦어지기도 하고 그만치 전체 공사 일정이 늘어지기도 한다.
호치민 지하철의 경우도 엄청나게 공사 기간이 길었지만, 더욱더 길어진 이유가... 돈이 입금되어야 일본 기업이 공사를 진행하고 진행하고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 기업이 똑똑한 것이, 베트남에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돈이 나오기 전에는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리라.
앞서 우리나라의 GS 건설의 경우에는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받아서 빠르게 공사를 완료하였는데, 마지막 최종 대금 지급이 늦어져서 꽤나 고난을 겪었다고 한다. 롯데와 포스코의 경우에도 일부 고속도로 공사 이후에 아직 받지 못한 '미수금'이 60~100억에 이르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베트남의 행정 절차의 복잡성과 속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건설이나 부동산 쪽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공사가 진척됨에 따라서 대금이 제때 나가야 하지만,
1) 세부 조건들에 대한 단순 반복 검토와 복잡한 내부 결제 프로세스로 인해서 혹은
2) 중도 허가 절차들에 대한 과정에서 각 부처를 넘나들며 시간 끌기
3) 하자 등 세부 항목들에 대해서 시정하지 않으면 돈이 못 나간다 하는 등
철저하게 자신들의 절차와 속도를 지켜가며 일을 하는 등, 외골수적인 면이 아마 80%를 차지할 것 같다.
( 베트남에서 자주 당면하는 문제들 )
건설 업체의 공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인건비나 기타 잡비가 늘어나고 기타 잃어버릴 수 있는 '기회비용'은 전혀 생각지 않고 '이게 기본 절차이니 따라야 한다'라는 말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당연히 그 나라에서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맞지만, 철저하게 자국의 관점에서만 진행이 되니 기업들이 학을 떼는 것.
일본은 동남아시아에서 20~30년 전부터 워낙에 활발하게 투자와 ODA 사업들을 해 왔었고, 특히나 베트남에서는 생산 & 건설 & 유통까지 활발하게 확장을 하고 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더욱이나 대처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 들리는 소문으로는 '공사 대금을 전액 지불할 때까지는 지하철 열쇠를 주지 않으면서 협상을 했다는 말도 있다. 카더라 통신 )
더욱이나 얼마 전에 하노이가 먼저 지상철을 개통했기 때문에 중앙 정부로부터의 압박이 더욱 심했을 수도 있다.
이번에 새로 임기를 맞은 베트남 총리 ( 또 람 )가 '행정 속도와 절차의 대대적 개선'을 강력하게 주문하였기 때문에 기대를 좀 걸어보지만,
주요 포지션의 전면적인 교체 없이는 만만찮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지만 각설하고 오늘의 '호치민 지하철'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으로...
'벤탄역'에서 안푸역'까지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이 근방으로 몇 개의 출구가 있는 것 같은데, 나에게 익숙한 '벤탄 시장'쪽으로 나 있는 출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여기가 3번 출구인 것 같은데, 한국의 지하철 역들에 비해서 폭이 약간 좁아 보이고 사람들이 그리 많이 드나들지 않아서, '개통된 것이 맞나'싶을 정도였다. ( 1월 중순까지는 1달간 무료 운행을 한다고 들었었는데, 2월 들어서는 통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 )


막상 아래로 들어가 보니 공간이 꽤나 넓었다. 벤탄역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하철'이 아니라 '지상철'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하철이 아무래도 공사 비용과 기간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 카더라 통신 )
다만 우리나가 같으면 이런 널찍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공간을 그냥 놀리지 않고 '임대'를 주었을 텐데, 사전에 그런 것까지 계산할 시간은 없었을 것 같다. ( 고속터미널이나 강남역 지하 쇼핑 공간 )
자동 지하철 티켓 판매 기기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오류가 많기 때문인지 오히려 사람이 붙어서 설명을 해줘야 하기 때문인지 전기 사용량을 컨트롤하느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유인 티켓 판매창구로 갔다.
( 어제도 호치민 지하철이 정전으로 20여 분간 운행을 멈췄다고 한다 )
이제 막 1호선 14개 구간을 오픈했을 뿐이지만, 이게 어딘가..
당연하겠지만 거리별로 티켓의 가격이 달랐는데, 벤탄역에서 2군 타오디엔 지역까지 가는 금액은 7 천동 정도였다. ( 한화 350원 정도 )
생각보다도 훨씬 저렴한 금액이었다. 1인당 gdp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1/5 수준이니 딱 적정한 수준이긴 하지만, 호치민의 부동산이나 기타 물가가 구매력에 비해서 워낙 높은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조금 더 비쌀 줄로만 알았다.
1일권도 4만 동 ( 한화 2000원 수준 )으로 그리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1달권은 30만 동 ( 한화 15000원 정도 )으로, 역에서 역으로 출퇴근을 하는 인원이라면 실질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수준이다.









지하철 내부도 무척이나 깨끗했고, 생각보다도 쾌적했다. 우리나라의 초창기 버전과 같이 시트가 불에 잘 타는 소재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버전 업된 소재로 다 세팅이 된 것 같았다. 벤탄역에서 안푸역까지 총 11분 정도가 걸렸는데, 만약에 차를 이용했다면 족히 20분은 걸렸을 것이고 출/퇴근 시간이었다면 아마도 35~40분은 걸렸을 것이다. 오히려 티켓을 구매하는 데에 10분 정도가 걸렸으니, 지하철 운행에 대한 문제보다는 기본 티켓 구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듯싶다. ( 한국 같았으면 아마... 난리가 100번은 더 났을 듯하다 )





안푸역은 특히나 '빈컴 메가몰 타오디엔'이라는 쇼핑몰이 출구 바로 앞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다.
한국과 같이 지하철역 출구가 민간 시설과 연결되어 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엄청난 혜택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각 지하철 역사 근방 200~500미터의 부동산은 일시적으로 그 가격이 30~60%는 족히 뛰었다고 하고, 그 권역의 아파트 임대료 또한 그와 비례해서 가격이 뛰어 버렸다고 한다.
특히나 안푸역까지 오니까 '사진'을 찍어대는 그룹이 거짓말 보태지 않고 10~15팀은 족히 되었던 것 같다.
베트남 청년들은 특히나 이런 '모던한 콘크리트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가 '이슈가 되는 핫스팟'을 좋아하기도 하니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포토 스팟이기에 그런 것 같다.
지하철이 정말 제대로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을 해내려면 지하철뿐만이 아니라, 집 앞에서부터 지하철 역까지의 이동 수단도 연결되는 통합 대중교통 시스템도 동시에 개선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힘을 받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빈홈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부터는 셔틀버스나 시외버스가 다니는 등의 활동이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 주택가 구석구석까지는 그 영향이 미치고 있지는 않아서 갈 길이 아직은 먼 것이 사실이다.
오늘의 호치민 지하철 탐방기 끝.
호치민의 지하철을 경험할 수 있었음에
최신식 시스템이 호치민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음에
새로운 교통수단을 보며 부동산과 유통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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