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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영화]이끼

by 처음처럼v 201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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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하고 더워서... 짜증도 절로 나고, 누적된 피로로 몸도 피곤했지만 저녁에 왠지 그냥 집에들어가긴 아쉬워서 영화 한편을 골랐다. 요새 관객몰이를 한다는 '이끼' . 적당히 막차시간 맞춰 집에 들어갈 요량이었는데, 러닝타임이 2시간 40분이었던 것을 엔딩 크레딧을 보고서야 알았다.

우선, 원작은 보지 못했으므로 어느 것이 더 낫냐는 판단은 힘들다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그냥 줄줄 생각나는 대로 썼으니 양해를..

대개 처음 5분안에 제시된 영상을 통해서 '대충 이런 내용의 영화겠구나.' 하고 짐작을 하곤 하는데... 이건 뭐.. 어떠한 사건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감을 잡는 것조차 어려웠던 영화였다. '누가 범인일까?'류의 영화인줄 지레짐작했지만 여지없이 no. 모두다 무언가 비밀 한개씩은 가지고 있는 듯한 구성. 한 영화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작은 이야기들. 지금 생각해보니 방대한 양의 원작을 한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 그랬던 것인가...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보는 동안에는 '어떤 두뇌싸움을 하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풀어놓는 것인가.' 하며 흥미진진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저마다 원하는 것, 혹은 두려워 하는 것,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결국은 각기 다른 형태의 '이기심'들일 테지만. 
더불어 그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사람과 겹겹이 감추어 놓은 사람들이 함께하여 더욱 혼란을 준다.

하나의 사건과 배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지만,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

한갈래의 새끼줄이 여러 가닥으로 분리되었다가 결국엔 하나로............단단하게 엮일 줄 알았지만, 뭔가 엉성하게 묶인 듯한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결국은 어떤 말을 우리에게 하고 싶은 것일까.' 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강우석 감독은 관객에게 그런 모습을 원했던 것일까?

물론,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나 보기에 편했던 화면구성들,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했던 배우들의 연기 등은 인상깊게 보았다. 특히 감초역할을 톡톡히 보여준 '유해진'은 긴장의 완급을 조절해줌으로써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를 주었고. 영화 곳곳에 담겨져 있는 관음증이라든지 '숨겨진 장소 혹은 보물찾기'에 대한 판타지들 또한 적절히 버무려져 있었다. 소재 또한 신선했음 물론.
덧붙여, 같은 돈을 내고 2시간 40분을 즐길 수 있었으니 손해봤다는 느낌또한 상대적으로 적을 테고. 그 시간동안 집중을 할 수 있게 한 것도 다시금 대단하게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보자면... 꽉 찬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인데, 이걸 왜 줬는지 알아채는데 한참이 걸리는 그런...상황?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도 떠오르면서.. 아무래도 넘치게 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볼 거리는 넉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건 다 제치고서라도, '개개인의 욕망'이 얼마나 첨예하게 한 공간에서 버무려 질 수 있는가.. 상황에 따라서 어떠한 형태로 변할 수 있는가.. 어떻게 감추고 드러낼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족이지만 주식판이 재밌는 이유와 같다.)
그래서 마지막, 박해일의 '당했다'하는 표정보다도... 이쪽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기도 한 것이고.

여튼 오랜만에 치열하게 생각하며 본 영화였고,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추천!

(p.s. 피곤한데다가 배가 많이고파 머리가 안돌아갔기에.. 저만 이해하는데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어요.... 감안해주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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