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4. 03:04

 

 

다들 나보고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인맥이 넓다'든지,'마당발이다.' 등등. 대개 말 속에 뼈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누가 뭐라 하건 소통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다. 어찌보면 줏대 없는 사람이라 보여도 괜찮다.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 나와 무엇인가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항상 기분 좋은 일이다.

추억이든 감정이든, 다른 무엇이든지간에.. '공유'할 무엇이 있다는 건.

 

예전에는 '인맥'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뭔가.. '비즈니스적인 관계'로 단순화 시켜버리는 것 같아서.

그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관련된 시간과 사건을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각각은 나에게 있어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기 마련이고, 그 소중함 또한 다르게 마련인데..

'인맥'이라 칭하는 순간, 그저 그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노라면, '인맥'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 참 슬픈 단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또한 마르고 닳도록 듣다보니 이제는 무덤덤해졌다. 아니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졌든지.

'나에 대한 실망'인 경우가 많은 것인지, '남에 대한 실망'인 경우가 많은 것인지는... 굳이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행복해하면서도 그저 미안하기만 했다. 나를 불러주는 사람들,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에게.

그 중 누구하나에게도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학기 중에 동아리 활동도 하고, 학생회 활동도 하고, 학회에, 수업에, 과외에 그 많은 술자리들과 나들이 하며... 내가 어떻게 이렇게 빡빡하게 생활을 했는지.

학교를 떠나 있는 2년여 동안도, 그리고 복학해서도 여전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무엇인가 바쁘게 하고 있으면서도, 누군가와 함께였다.

 

정확히 말하면, 함께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그저 덤덤하게 나에게 던진, '한 번 보자'라는 한 마디. 그 것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다 보면 미안한 감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들은 채워지게되고, 또 그 다음 일주일 또한 채워지게 된다. 또 그 사이사이는 갑자기 나를 불러 준 이들과의 만남으로 메워지고. 다시, 본지 좀 된 얼굴을 또 보게되고. 그렇게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또 미안하고.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다보니, 내가 미안해하여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급작스러운 부름에 수고롭게 달려간 나의 수고보다, 잠깐의 기다림. 그 지루함이 더 큰 일인 사람이 있다.

나를 앞에 두고, 나 정도 거리의 사람이 적당하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사람이 있다.

친구의 사정이 어찌되든,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상황이 어떻든간에, 자신의 생각만이 최고인 사람이 있다.

돌이켜보면, 그냥 되면 되는 거고, 말면 말고 하는 식으로 던진 말에 내가 너무 큰 의미를 부여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근데 더 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겪다보니 나 또한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 또한 왠지 의무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 나를 돌아볼 새도 없이 남의 허물만을 보는 것 같다.

고정된 틀에 갇혀 다른 사람을 재단하려 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은, 내가 그 사람에게 해준 것에 대한 기대로부터 생겨난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겠다. 내가 기쁘게 내어 줄 수 있는 만큼만 내어주어야겠다.

그리고 나를 진정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보는 눈을 기르고,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항상 죄송하고도 존경스러운 선배가 있다. 잘 해야겠다. 아쉬움을 남기는 후배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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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처음처럼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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