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영화

[책]하악하악 _ 이외수

by 처음처럼v 2010. 9. 1.
728x90

사진출처:yes24

이 초등학교는 참 도서관이 잘 꾸며져 있다. 내가 다닐때 이렇게 꾸며져 있었다면 하루 종일 거기서 살았을텐데... 내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그나마 가장 가까이서 손쉽게 책을 빌릴 수 있었던 수단이.. 새마을 이동도서관. 책을 참 많이 사주시기도 했지만, 하루종일 책을 붙잡고 있는 나에게 끊임없이 책을 공급하기는 어려웠을 터... 어른책값과 애들책값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알다시피 '어린이 소설'같은 것은 또 금방 읽히니까. 그렇다고 오래 보관하기도 그렇고...

잡설이 길어졌는데, 여튼 이 도서관에는 교사를 위한 일반도서도 일정량 마련되어있다. 그동안 어쩌다 시간이 나면 가서 한 두권 마음에 드는 것을 택하여 거의..발췌독하곤 했는데 요즘은 좀 마음이 여유있다보니 마음에 드는 것을 다 읽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장서들을 쭉 둘러보면서 리스트를 적었다. 자기계발서는 좀 놔두고...그 동안 뜸했던 '소설'들을 중심으로. 그 중 첫번째로 빌린 '하악하악'
구성이 간편하고 두께에 비해 분량이 적어서..뭔가 부담도 없고.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했던 것만큼에는 못 미쳤다. 워낙 유명한 작가인데다가... 이전 작품들에서 이미 삶에대한 초탈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10년 전에 법정 스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희열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끼기는 어려웠다. 물론 공감이 되는 것도 많고 기억에 남는 한두마디도 있었지만... 인터넷에도 무한히 떠도는 '공감'시리즈를 보자고 책장을 넘긴 것이 아니었기에 아쉬웠다.

좋은 책이란 읽어나갈 때마다 책장을 덮게 만드는 책이라 했는데.. 그 짧은 문장 속에 '촌철살인'이 켜켜히 쌓여있을 줄로만 알았다.
긴 글을 구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짧은 것은 더 어렵다고 하지않나. 그래서 제대로 된 시인 하나가 탄생하기 어려운 것이고. 그런 이유로 '하악하악'의 문장 하나하나가 제련된 보석과 같을 줄로만 기대했다.

하지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촘촘히 거미줄쳐놓은 자기방어. '다양성이라는 그늘 아래 자신을 합리화 하지 말라'고 질타하며
동시에 다양성이라는 그늘 안에 탈출구를 마련해 둔 글에서...그리고 타인을 아래로만 굽어보고 있는 역설적인 시각을 접하며...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것은 나뿐이었을까... 몇몇은 진솔함과 경박함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것만 같은 느낌.
영화 '인셉션'과 같이 그 문장 하나하나에는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또 있단 말인가... '꿈보다 해몽'이 될 듯한 느낌또한...

아니면 인터넷세대가 독서량이 부족한 것을 감안하시어 일부러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겠다'는 정도로 절제하여 편집하신 것인지...
중간중간 드러난 깊은 통찰은..'하악하악'이 그가 인터넷 안에서 '메조키스트'이고 싶은 욕망의 결과물인지.. 헷갈리게 한다.

여튼, 이 책에서는 자신만의 세계가 독특한 '문인 이외수'를 느껴보진 못해서 아쉬웠다. 정말 잘 단련된 정치가의 이미지와 겹쳤다고 하면 얼추 느낌이 비슷하려나. 하나의 책만 읽고 그 사람을 알기는 어려울테지.. 하물며 직접 만나도 알기 어려운게 사람인데. 기회가 되면 이외수표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돈주고 안사서 재미있게 읽었다. :)

반응형

'책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레지던트이블4  (2) 2010.09.15
[책]파라다이스1  (4) 2010.09.05
[영화]피라냐  (4) 2010.08.28
[영화]토이스토리3  (0) 2010.08.28
[노래] December - 짙은  (6) 2010.08.15

댓글